단단하고 새콤하던 내 대학친구

박미향 201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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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옛시절 추억에 문득 고등어초회 떠올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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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ㅇ에 대한 기억 보고서 1.
 대학 4학년 때였다. 밤 11시. 도서관 앞. 키가 155㎝ 정도인 ㅇ의 손에는 제 몸만한 흰색 곰인형이 들려 있었다. 그를 짝사랑한 남학생이 준 선물이었다. 힘겹게 곰인형을 들쳐안고 귀가하는 모습은 위태로워 보였다. 다음날 ㅇ은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나 때문에 대형 버스사고가 날 뻔했어.” 밤 12시, ㅇ이 버스에 올라타자 곳곳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커다란 곰인형이 차비를 내고 버스에 올라타는 장면 탓이었다. 곰인형 뒤에 서 있던 ㅇ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친구 ㅇ에 대한 기억 보고서 2.
 대학 2학년인지 3학년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시절. 비리 교수 퇴진 투쟁 농성장. 결연하게 투쟁의 의미와 당위성을 이야기하던 ㅇ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그의 손은 몸의 이곳저곳을 긁기 시작했다. 화근은 농성장 스티로폼이었다. 눅눅해진 농성장의 스티로폼에는 이인지 벼룩인지 알 수 없는 생물체가 서식하고 있던 것이다. 세상 모든 투쟁은 탄압을 만나기 마련! 이 정체불명의 탄압은 같은 증상의 학우들과 피부과를 방문하면서 사라졌다.
 ㅇ은 큰일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단한 심지로 20대의 나를 지켜주었다. 그에게는 따스하고 성실한 이만이 가질 수 있는 광채가 있었다. 8년 전 종로 선술집 ‘육미’에서 한잔 술을 마신 뒤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 바쁜 일상은 우정을 쪼개 놓았다. 꼭 다시 만나 ‘나랑 밥’을 먹고 싶다. 그를 만나면 고등어초회를 먹으리라. ㅇ은 숙성시간에 따라 단단해지고 고소해지는 고등어초회를 닮았다.
 고등어초회(시메사바)는 소금과 식초에 절인 회다. 숙성시간에 따라 맛이 다르다. 1시간 숙성을 거친 고등어초회는 몰랑몰랑하다. 24시간 숙성하면 또다른 맛이 난다. 육질은 단단해지고 삭힌 홍어처럼 독특한 향이 난다. 반짝이는 비늘을 뚫고 고소한 감칠맛이 뇌세포를 콕콕 자극한다. 고등어초회는 쉽게 상하는 고등어의 성질 때문에 요리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요리다. 짠맛, 신맛, 독특한 향이 월드컵 축구공처럼 잘 굴러가야 제대로다. 고등어의 선도, 계절, 소금이나 식초의 질 등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식초는 단맛을 살리는 효과가 있어 특히 중요하다.
 일본식 선술집 ‘주호’에선 24시간 숙성한 고등어초회를 맛볼 수 있다. 제주도나 부산 인근에서 잡은 고등어가 재료다. “일본에는 서너달 삭힌 것도 있습니다. 고등어를 대나무 잎에 싸서 절구 같은 곳에 밀봉해 연못 등에 담가두지요.” 이곳 주인 최수현씨는 화가다. 그는 1995년 한동안 일본에서 설치미술 작업을 했다. 그때 맛본 고등어초회를 잊을 수 없었다. 일본으로 다시 건너가 요리를 배우고 2003년 부업 삼아 선술집을 열었다.(주호 02-3487-1040. 1만5000~3만5000원. 2003년 아차산역 부근에 처음 문을 연 주호는 최근 서초동 주호와 합쳤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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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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