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벌리힐스를 요리할 무림고수 같은 그

박미향 20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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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간 호텔 요리사 박차고 도전 또 도전
밤이 깊어질수록 술잔도 익어 열정에 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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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고기덮밥

 

 

베벌리힐스는 img_01.gif 다. 정답은?  미국, 스타, 로스앤젤레스 등 … 사람마다 다르다. 내 정답은 ‘루이스 킴’이다. 루이스 하인(사진가)도 아니고 루이스 캐럴(<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지은이)도 아니고, ‘루이스 킴’이라니! 루이스 킴(44)은 요리사다. 그는 20년간 신라호텔에서 일했다. 2006년 5월 홀연히 안락한 한국 특급호텔 요리사 자리를 박차고 사이판의 한 호텔로 이직했다. 2010년에는 낯선 미국 베벌리힐스로 향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찾아 소위 ‘요즘 좀 뜨는 곳’
 

오는 7월 베벌리힐스에는 그가 문을 여는 ‘에르베마테’(erbe matte·이탈리아어로 미친 허브)라는 레스토랑이 생긴다. 한식재료를 사용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베벌리힐스는 한국인이 연 레스토랑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용감한 그의 도전들이다. 하필 베벌리힐스일까? 극성스러운 이들이 달려가는 뉴욕이 아니고. “베벌리힐스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죠. 그곳에서 맛을 인정받으면 세계인들에게 인정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의 꿈은 여러 도시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여는 것이다. 그의 이런 도전에는 서울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스파소’가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최근 미식가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찾아 소위 ‘요즘 좀 뜨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어둑해진 수요일 저녁, 작은 선술집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와 안면이 있는 ㄴ과 ㅁ은 그의 솜씨에 대한 칭찬이 대단하다. 뚜벅뚜벅, 웅장한 발소리와 함께 그가 등장했다. 무림고수 같은 단단한 체격, 까만 가죽 상의, 밀가루보다 더 흰 셔츠와 바지. 강단 있는 요리사가 그렇듯 예사롭지 않은 기가 느껴졌다. 우리는 우선 소담한 ‘닭고기덮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한 그릇’은 젓가락을 부딪치면서 나눠 먹는 재미가 있다. 어색한 저녁식사는 섬세한 결이 감질나게 보이는 닭고기 살과 ‘저 푸른 초원’ 같은 파, 보일 듯 말 듯 숨은 김들 때문에 정겹게 변했다. 제 자랑 한껏 하는 식재료들은 덮밥에 스며든 짭짜름한 양념에 버무려졌다.
 

당당한 에피소드들이 김가루처럼

 

루이스의 당당한 에피소드들이 김가루처럼 식탁에 등장했다. 스파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파워블로거가 친구 여러 명과 스파소를 찾았다. 그들은 스테이크가 “아주 조금 짜다”고 평했다. 루이스는 주방으로 달려가 후배 요리사가 만든 스테이크를 섬세하고 예민한 혀로 맛을 봤다.

만약 짜지 않다면 제아무리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파워블로거라 해도 당당하게 스파소의 맛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생각했다. “짜더라고요. 바로 가서 죄송하다고 사죄하고 스테이크 값은 받지 않았어요.” 자신감이 없다면 고개도 숙일 수 없다.

밤이 익어갈수록 술잔도 깊어갔다. 살다보면 꿈도 열정도 어느 한 시점에서 눈가루처럼 사라지는 때가 있다. 식은 빵처럼 퍼석하다. 뜨거운 요리사와 저녁 만찬은 조금씩 꿈을 찾아주기에 충분하다. (스파소 02-3445-8422)
 
글·사진 박미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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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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