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의 ‘고양이 맘마’
잘게 썬 가츠오부시 올려놓고 간장 뿌리면 ‘끝’
한입 넣는 순간 ‘이런 것도 요리?’란 생각이 ‘싹’
예전에 ‘대파 수프’라는 요리를 만든 적이 있다. 그저 대파 한 줄기만 있으면 되는 요리였다. 만드는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대파를 잘 씻어서 잘게 자르고 버터에 볶다가 닭으로 우린 육수를 붓고 아주 오랫동안 끓이면 된다. “맛이 역겹지?” 친구들이 묻는다. 대파가 어떻게 고소한 수프로 변신할 수 있을까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대파수프는 어떤 서양식 수프보다 맛깔나고 진하다. 땅콩을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처럼 고소했다.
이 요리의 가장 큰 장점은 만들기가 매우 간단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음식만화 <심야식당>의 ‘고양이 맘마’편을 보면 대파수프가 두손 들고 말 초단순 요리가 등장한다. ‘이걸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리의 이름은 ‘고양이 맘마’. 가다랑어포(가츠오부시)를 잘라 따끈한 밥에 올리고 보슬보슬 일어날 때 간장을 뿌려 비벼먹는 요리다. 만화에서 주인이 붙인 이름이다.
까다로운 가츠오부시 만들기…최대 15번 훈연
가츠오부시는 일본요리에 감초처럼 쓰이는 식재료다. 가츠오부시가 맛깔스러운 맛을 내는 이유는 이노신산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 때문에 국, 전골, 조림, 무침 등 다양한 요리에서 마술 같은 힘을 발휘한다. 다시마나 멸치 등과 함께 국물을 우리면 더 진한 맛을 낸다. 은하고 기품 있는 향이 난다.
가츠오부시는 일본 시즈오카 현의 아이즈 항과 가고시마 현의 마쿠라자키 항에서 잡은 가다랑어로 만드는데 그 과정이 좀 복잡하다.
우선 가다랑어의 머리와 내장을 해체한다. 해체한 가당랑어를 통에 담고 약 80~98도에서 1시간~1시간30분 동안 끓인다. 이 작업은 가다랑어의 단백질을 변형시켜 효소가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2시간 동안 냉각시키고 가다랑어에 붙어있는 모든 뼈를 제거한다. 냉각되면 살이 단단해져 뼈를 발라내기 쉽다.
뼈를 제거한 가다랑어는 장작불 연기에 그을린다. 건조, 살균, 산화 방지, 향미 증진을 위한 작업이다. 이렇게 훈연작업이 끝난 가다랑어는 갈라지거나 흠집이 난 곳을 손질하고 다시 한번 똑같이 훈연작업을 한다. 적게는 6번, 많게는 15번의 훈연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 훈연과정 중에 숙성도 이루어진다. 이 작업이 엉망이 되면 겉만 딱딱하고 안은 수분이 남아있는 질 낮은 가츠오부시가 된다. 마지막으로 햇볕에 말리고 각종 검사를 통과하면 비로소 제대로 된 가츠오부시가 탄생한이다.
핏기 있는 건 국물요리용, 없는 건 뿌려먹기용
가츠오부시는 매우 딱딱해서 요리를 하려면 대패로 밀어야 한다. 일반 마트나 시장에서는 대부분 대패로 민 가츠오부시를 판다. 이 가츠오부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핏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핏기가 있는 것은 진한 국물요리나 조림, 우동, 된장국에 적당하고, 없는 것은 담백한 국물을 만들거나 음식에 뿌려 먹는 데 좋다. 쓰고 남은 가츠오부시는 공기를 뺀 비닐 팩에 보관해야 한다.
이렇게 까다로운(?) 가츠오부시를 가볍게(?) 취급해서 만든 ‘고양이 맘마’이지만 맛은 일품이다. 밥 위로 가츠오부시가 앉자마자 춤을 춘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몸을 배배꼬는 소년처럼 박자에 맞춰 꼬물거린다. 바람에 나풀나풀 날리는 소녀의 머리카락 같다. 밥이 주는 온기가 춤추게 하는 것이리라! 한 입 베어 물자 천사의 날개를 단 것처럼 내 몸이 훌쩍 하늘 위로 올라간다. 장조림을 아주 얇게 찢어 밥과 함께 먹는 느낌이다. 그 가벼운 식감에 내 인생을 걸고 싶어진다. 우리 인생도 어쩌면 이렇게 가볍고 가벼운 것이 아닐까!
바람에 나풀거리듯 밥 위에서 춤추는 가츠오부시
만화에서 ‘고양이 맘마’를 찾은 치도리 미유키는 “인생은 되는 대로, 되는 대로,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어도 되는 대로, 오솔길 찾아 꼬불꼬불 가는 것이 너무 좋아”라고 노래부른다. 그는 노래방에서 ‘안 팔리는’ 노래를 부르는 3류 엔카 가수다. 하지만 그녀의 노래만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에 반한 유명 작곡가 츠키모리 데츠오가 멋진 곡을 선물한다. ‘길 잃은 고양이’라는 제목을 단 노래다. 마치 그녀를 말하는 것 같다. 만화에서 그 노래는 100만장을 돌파는 유행곡이 되었지만 이미 그녀는 세상 어느 곳에 없다. 마치 밥알 사이에서 나풀나풀 춤추다가 우리의 뱃속으로 사라져버린 가츠오부시의 운명처럼. 만화는 <심야식당>을 귀웃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의 그림으로 끝난다.
잔잔하고 아리고 쓰린 그녀의 인생 한 그릇이 ‘고양이 맘마’에 녹아 있다. 그녀의 짧은 삶을 따라, ‘대파 수프’처럼 아주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 봤다.
‘고양이 맘마’와 함께 만들어 본 ‘고양이 감자국’은 멸치와 가츠오부시로 국물을 우리고, 그 물에 감자를 넣어 끓이면 끝이다. 이것 역시 매우 간단하다. 가츠오부시의 향긋한 냄새는 어떤 고가의 향수보다 친근하다. 천사의 날개, 가츠오부시가 감자에 박혀 씹을수록 나를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한없이 가벼워지라고, 가벼워진다고 인생을 무시하지 말라고! 가벼운 삶에 위대함이 숨어 있다고!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힘차게 가벼운 요리를 먹고 깃털처럼 나풀거리며 세상을 살아보자.
글·사진·요리 박미향 <한겨레> 맛담당 기자 foodntrip.hani.co.kr
잘게 썬 가츠오부시 올려놓고 간장 뿌리면 ‘끝’
한입 넣는 순간 ‘이런 것도 요리?’란 생각이 ‘싹’

이 요리의 가장 큰 장점은 만들기가 매우 간단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음식만화 <심야식당>의 ‘고양이 맘마’편을 보면 대파수프가 두손 들고 말 초단순 요리가 등장한다. ‘이걸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리의 이름은 ‘고양이 맘마’. 가다랑어포(가츠오부시)를 잘라 따끈한 밥에 올리고 보슬보슬 일어날 때 간장을 뿌려 비벼먹는 요리다. 만화에서 주인이 붙인 이름이다.
까다로운 가츠오부시 만들기…최대 15번 훈연
가츠오부시는 일본요리에 감초처럼 쓰이는 식재료다. 가츠오부시가 맛깔스러운 맛을 내는 이유는 이노신산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 때문에 국, 전골, 조림, 무침 등 다양한 요리에서 마술 같은 힘을 발휘한다. 다시마나 멸치 등과 함께 국물을 우리면 더 진한 맛을 낸다. 은하고 기품 있는 향이 난다.
가츠오부시는 일본 시즈오카 현의 아이즈 항과 가고시마 현의 마쿠라자키 항에서 잡은 가다랑어로 만드는데 그 과정이 좀 복잡하다.
우선 가다랑어의 머리와 내장을 해체한다. 해체한 가당랑어를 통에 담고 약 80~98도에서 1시간~1시간30분 동안 끓인다. 이 작업은 가다랑어의 단백질을 변형시켜 효소가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2시간 동안 냉각시키고 가다랑어에 붙어있는 모든 뼈를 제거한다. 냉각되면 살이 단단해져 뼈를 발라내기 쉽다.
뼈를 제거한 가다랑어는 장작불 연기에 그을린다. 건조, 살균, 산화 방지, 향미 증진을 위한 작업이다. 이렇게 훈연작업이 끝난 가다랑어는 갈라지거나 흠집이 난 곳을 손질하고 다시 한번 똑같이 훈연작업을 한다. 적게는 6번, 많게는 15번의 훈연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 훈연과정 중에 숙성도 이루어진다. 이 작업이 엉망이 되면 겉만 딱딱하고 안은 수분이 남아있는 질 낮은 가츠오부시가 된다. 마지막으로 햇볕에 말리고 각종 검사를 통과하면 비로소 제대로 된 가츠오부시가 탄생한이다.
핏기 있는 건 국물요리용, 없는 건 뿌려먹기용

이렇게 까다로운(?) 가츠오부시를 가볍게(?) 취급해서 만든 ‘고양이 맘마’이지만 맛은 일품이다. 밥 위로 가츠오부시가 앉자마자 춤을 춘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몸을 배배꼬는 소년처럼 박자에 맞춰 꼬물거린다. 바람에 나풀나풀 날리는 소녀의 머리카락 같다. 밥이 주는 온기가 춤추게 하는 것이리라! 한 입 베어 물자 천사의 날개를 단 것처럼 내 몸이 훌쩍 하늘 위로 올라간다. 장조림을 아주 얇게 찢어 밥과 함께 먹는 느낌이다. 그 가벼운 식감에 내 인생을 걸고 싶어진다. 우리 인생도 어쩌면 이렇게 가볍고 가벼운 것이 아닐까!
바람에 나풀거리듯 밥 위에서 춤추는 가츠오부시
만화에서 ‘고양이 맘마’를 찾은 치도리 미유키는 “인생은 되는 대로, 되는 대로,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어도 되는 대로, 오솔길 찾아 꼬불꼬불 가는 것이 너무 좋아”라고 노래부른다. 그는 노래방에서 ‘안 팔리는’ 노래를 부르는 3류 엔카 가수다. 하지만 그녀의 노래만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에 반한 유명 작곡가 츠키모리 데츠오가 멋진 곡을 선물한다. ‘길 잃은 고양이’라는 제목을 단 노래다. 마치 그녀를 말하는 것 같다. 만화에서 그 노래는 100만장을 돌파는 유행곡이 되었지만 이미 그녀는 세상 어느 곳에 없다. 마치 밥알 사이에서 나풀나풀 춤추다가 우리의 뱃속으로 사라져버린 가츠오부시의 운명처럼. 만화는 <심야식당>을 귀웃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의 그림으로 끝난다.
잔잔하고 아리고 쓰린 그녀의 인생 한 그릇이 ‘고양이 맘마’에 녹아 있다. 그녀의 짧은 삶을 따라, ‘대파 수프’처럼 아주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 봤다.
‘고양이 맘마’와 함께 만들어 본 ‘고양이 감자국’은 멸치와 가츠오부시로 국물을 우리고, 그 물에 감자를 넣어 끓이면 끝이다. 이것 역시 매우 간단하다. 가츠오부시의 향긋한 냄새는 어떤 고가의 향수보다 친근하다. 천사의 날개, 가츠오부시가 감자에 박혀 씹을수록 나를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한없이 가벼워지라고, 가벼워진다고 인생을 무시하지 말라고! 가벼운 삶에 위대함이 숨어 있다고!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힘차게 가벼운 요리를 먹고 깃털처럼 나풀거리며 세상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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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요리 박미향 <한겨레> 맛담당 기자 foodntri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