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망태 남편,홍합찜 응징

박미향 2011.03.03
조회수 7145 추천수 0

문영화·김부연의 그림이 있는 불란서 키친
홍합껍데기로 파먹으면 간단…프랑스식 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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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시간 전화가 울렸다. 지인의 전시회에 갔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한잔하니 기다리지 말고 자라는 남편의 친절한 전화였다. 이런 종류의 모임은 감이 딱 온다. ‘오늘 안에 들어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얼마나 고주망태가 되어 들어올지 괘씸하고, 진작 연락이라도 줬으면 기다리는 걱정이나 덜지. 내 입은 썰면 수육 한 접시는 될 만큼 튀어나왔다. 내일 아침식사는 돈가스를 튀겨줄까? 아님 삼겹살을 구워버려? 여러 가지 처절한 응징의 메뉴가 떠올랐다.

 

복수의 방법을 고민 하는 중 예전 일이 한 가지 떠올랐다. 지난달 늦게 들어온 남편의 노크 소리를 못 들어 밖에서 재운 적이 있다. 새벽녘 옆자리가 허전해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어보니 남편은 문밖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자고 있었다. 현관 밖에 버린 커다란 곰 인형을 끌어안고. 미안했다.

얼마 전 프랑스 친구가 해준 ‘홍합찜’을 먹으면서 남편이 “해장용으로 참 좋겠다”고 한 소리가 떠올랐다. 그날의 미안함을 갚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 싱싱한 홍합찜을 해주리라.

 

감자튀김을 곁들여내는 홍합찜은 질 좋은 홍합으로 유명한 벨기에 음식이다.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언어나 문화 습관이 흡사해서 그곳 음식을 프랑스인들도 즐긴다. 게다가 감자튀김은 프랑스인들이 처음으로 감자를 튀겨 먹기 시작한 데서 연유해 영어로는 프렌치 프라이드라 부른다. 감자튀김의 종주국으로서 가장 많이 곁들이는 가니시(주요리에 곁들이는 채소 등의 음식) 중의 하나이다. 홍합과 감자는 구하기도 쉽고 값도 싸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요즘은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파리에 가면 샹젤리제에 있는 ‘레옹’이란 레스토랑에서 홍합 요리를 꼭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하던데 멋진 레스토랑이 아니면 어떠리, 내가 만들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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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찜(Moules-frites) 2인분
재료 : 손질한 홍합 1㎏, 마늘 2쪽, 양파 반개, 올리브유 2Ts, 화이트와인 4Ts, 마른 허브(월계수잎, 바질, 오레가노 등) 토마토 3개, 후추 1ts.
 
만들기
1. 마늘과 양파를 잘게 다져놓는다.
2. 토마토는 십자로 칼집을 넣는다.
3. 끓는 물에 토마토를 넣고 20초간 데친 뒤 껍질이 일어나면 손으로 벗긴다.
4. 꼭지를 딴 토마토의 속을 파내 즙은 버리고 다진다.
5. 홍합이 담길 만큼 넉넉한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①을 넣어 볶는다.
6. 다진 토마토를 넣어 함께 볶으면서 마른 허브와 후추를 넣는다.
7. 토마토의 수분이 날아가면 약 10분 정도 볶은 다음 손질한 홍합을 넣고 화이트와인을 뿌리고 뚜껑을 덮는다.
8. 홍합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뚜껑을 열어 토마토 소스가 잘 섞이게 아래위로 저어준다.
 
팁 1. 식사 때 손가락을 사용하는 것을 싫어하는 프랑스인들은 홍합을 먹을 때 포크와 나이프가 거추장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선택한 연장은? 바로 홍합 껍데기. 빈 홍합 껍질을 핀셋처럼 사용하면 간단하고도 재미있게 속이 빠진다. 2. 소금을 따로 뿌리지 않아도 충분히 간이 맞으며 물을 넣지 않아도 홍합에서 육수가 나온다.
 


글·요리 문영화, 그림 김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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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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