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갈레트, 한국판 부침개

박미향 2011.07.01
조회수 13748 추천수 0

<문영화, 김부연의 그림이 있는 불란서 키친>

 

검은 밀로 만든 대중식…전통주 시드르 찰떡궁합

 

 

kgal.jpg


 
 프랑스는 남북한을 합친 면적의 약 2배 반이 넘는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국토의 80%가 평야와 구릉지인 유럽 최대의 농산물 재배국이다. 한국에 알려진 프랑스는 관광과 명품 수출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농업국가라고 스스로를 칭한다. 격년으로 열리는 농업박람회는 100여개 국제박람회 중 국민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현직 대통령뿐 아니라 차기 대권주자까지 이곳에 얼굴을 내밀어야 국민의 외면을 받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프랑스인의 농업에 대한 애착은 크다.
 배수가 잘되는 석회토 지형인 프랑스는 쌀을 재배할 수 없는 토양이지만 밀농사에 적합하다. 빵이 주식인 나라답게 밀 경작 유럽 1위인 이곳은 밀이 한참 자라는 봄과 가을(1년에 두차례 심는다)이면 온 국토가 푸르게 춤을 춘다. 그중 북쪽에 위치한 브르타뉴 지역에서 경작되는 밀은 우리나라 메밀에 가까운 것으로 12세기 아시아에서 들어왔다. 토양뿐 아니라 온도와 습도까지 맞아떨어져 연중 강우량이 많은 이곳에서는 ‘100일 식물’로 불릴 만큼 잘 자란다. 글루텐 함유량이 적고 산도가 높으며 영양소가 풍부한 검은 밀이다.
 이 밀로 만든 음식은 오래전 브르타뉴 농민의 가난한 식사에서 오늘날 대중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크레이프라고 불리는 이 음식은 요즘 한국에서도 전문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소금이 들어간 식사용과 설탕이 들어간 디저트용으로 구분된다. 소금이 들어간 크레이프는 갈레트(galette)라고도 불리는데 해물이든 고기든 식성대로 이것저것 올려 먹으면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부침개와 가까운 형태와 맛으로, 강우량이 많은 브르타뉴에서 크레이프를 즐기는 것은 어쩐지 한국에서 비 오면 부침개가 생각나는 것과 흡사하다. 곁들이는 술로는 알코올 도수 3~8도의 ‘시드르’라는 브르타뉴 전통주가 궁합이 잘 맞는다. 18세기만 하더라도 서민은 맥주를 마셨고 ‘시드르’는 값이 비싸 귀족을 위한 술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사과 재배가 활성화되고 양조장이 기계화되면서 지금은 슈퍼마켓에서도 저렴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다.
 
 * 갈레트
 재료: 갈레트 8~10장 분량. (갈레트 반죽: 메밀가루 250g, 달걀 2개, 식용유 1Ts, 소금 1/2ts, 물 500㎖, 버터 40g), 토핑 재료(양송이버섯, 양파, 베이컨, 달걀)
 
 만드는 법
 1. 믹서가 있으면 버터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1분 정도 돌린다. 없으면 큰 용기에 밀가루를 넣고 기름, 달걀, 소금 순으로 넣어 저으면서 물을 조금씩 넣어 잘 섞는다.
 2. 준비된 반죽을 젖은 행주로 덮어 2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3. 양송이버섯과 양파는 슬라이스로 썬다. 베이컨은 1㎝ 길이로 썰어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 준비한다.
 4.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숙성된 반죽을 최대한 얇게(밀전병 두께) 부친다.
 5. 준비한 채소를 올리고 가운데에 달걀을 깨뜨려 올린다.
 6. 둥근 반죽의 네 귀퉁이를 살짝 네모로 접어 모양을 낸다.
 
 Tip 1. 프라이팬에 버터는 아주 소량만 넣어야 반죽이 밀리지 않는다. 버터 대신 식용유를 써도 괜찮다. 2. 식용유도 조금만 써야 하는데, 종지에 식용유를 붓고 감자 조각을 포크로 찔러 식용유를 묻혀 프라이팬에 문지르면 양이 딱 좋다. 3. 반죽에 소시지를 올려 돌돌 말아 먹는 ‘소시지 갈레트’ 역시 브르타뉴 전통 음식이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최신글

엮인글 :
http://kkini.hani.co.kr/9921/744/trackback
List of Articles

‘글쓰는 요리사’가 찾아낸 ‘오래된 식당’의 장수 비결은...

  • 끼니
  • | 2018.09.03

‘노포의 장사법’ 펴낸 박찬일 요리사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씨. 지난달 31일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53)씨는 ‘2018 스페이스 오디티’ 행사에서 평양냉면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2018 스페이스 오디티’는 음악 분야의 일꾼들을 서로 연결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인 ‘스페이스 오디티’가 연 콘퍼런스다. 이 행사엔 패션, 음식,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을 ...

남북 정상이 먹는 달고기, 벌써 품절이라네요

  • 끼니
  • | 2018.06.22

‘남북정상회담 만찬’으로 ‘친절한 기자’에 오랜만에 등판한 음식문화 담당기자 박미향입니다. 27일 역사의 새 장을 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 꺼낸 말은 ‘평양냉면’이었습니다. 그는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며 “(문 대통령이) 편한 마음으로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지요. 시인 백석이 사랑한 슴슴한 평양냉면이 역사적인 회담...

쥐, 정말 치즈를 가장 좋아할까?

  • 끼니
  • | 2018.04.09

이기적인 미식 욜로 푸드로 뜬 치즈 수백 가지 제조법 분류 참조하면 고르기 수월해 빵과 먹으면 더 맛있어 한국도 생산 농가 늘어나 대표적인 ‘욜로 푸드’ 중 하나인 여러 가지 치즈.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치즈아카데미 프로마쥬 김은주(37) 대표는 치즈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치즈는 와인 안주로 알려진 서양의 발효식품이다. 그는 “진한 ...

실존적 고민 빠뜨린 ‘쓰나미케이크’

  • 박미향
  • | 2011.07.01

  융통성 없는 파티스리 수업에서 인생을 배우다   파티스리(제과제빵)의 세계는 퀴진(요리)과 너무도 달랐다. 마치 다른 중력의 법칙을 가진 은하계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파티스리에서 레시피는 바이블이자 꾸란(코란)이다. ‘경전’과 토씨 하나라도 다르게 조리하면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찾아온다. 예를 들어 레시피에서 달걀노른자 80g만 넣으라면 노른자를 쪼개서라도...

셰프의 자격, 야성이냐 과학이냐

  • 박미향
  • | 2011.07.01

누들로드 이욱정 피디의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10> 퀴지니에와 파티시에…살벌한 라이벌 의식   ‘르 코르동 블뢰’의 학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프랑스 요리 전반을 배우는 퀴진과 디저트와 빵 만들기를 배우는 파티스리 과정이 그것이다. 나처럼 두 과정을 전부 수강하는 이도 있지만 한쪽만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실습교실과 담당교수까지 전부 다르다...

프랑스 갈레트, 한국판 부침개

  • 박미향
  • | 2011.07.01

<문영화, 김부연의 그림이 있는 불란서 키친> 검은 밀로 만든 대중식…전통주 시드르 찰떡궁합    프랑스는 남북한을 합친 면적의 약 2배 반이 넘는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국토의 80%가 평야와 구릉지인 유럽 최대의 농산물 재배국이다. 한국에 알려진 프랑스는 관광과 명품 수출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농업국가라고 스스로를 칭한다. ...

입맛 까다로운 프랑스인 사로잡은 이 맛

  • 박미향
  • | 2011.05.26

“비린내” 김밥 싫다 해도 마늘 뺀 ‘불고기’엔 환호 프랑스인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캐비아에 샴페인 한 잔 마실 때란다. 1㎏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철갑 상어알과 최소 3~5년은 포도주 저장고에서 묵히면서 하루에 두 번씩 병목을 돌려줘야 탄생하는 샴페인은 호사스런 음식의 대명사다. 프랑스 초대 대통령이었던 드골 장군은 360가지가 넘는 ...

누들로드 이욱정피디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

  • 박미향
  • | 2011.05.26

기말실기시험과 벌인 필사의 결전 2인의 낙제 유력후보 피말리는 경쟁…그리고 반전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초급과정의 최종 관문이자 당락을 결정짓는 ‘파이널 프랙티컬’(Final Practical Test), 기말실기시험이었다. 평소 수업시간의 평가가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다. 이 마지막 실기시험을 망치면 낙제 처리되어 초급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들어야 한다. 상상만 해도...

프랑스 여인 버선발로 뛰어나올걸

  • 박미향
  • | 2011.04.27

한국입양아 엄마의 손맛 스민 ‘뵈프 부르기뇽’    파리의 겨울은 유독 습하고 길고 춥다. 그래서인지 봄의 햇살이 그렇게 고맙다. 친구 부부와 봄날 야외스케치를 간 곳은 파리 인근의 강변마을로 샛강 줄기를 따라 집들이 늘어서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젤을 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내린다. 비를 피할 마땅한...

누들로드 이욱정피디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

  • 박미향
  • | 2011.04.27

쫓겨난 예비셰프들 “잠깐만 참았더라면…” 주방에 난무하는 욕설…물리적 폭력에는 ‘불관용’ 원칙 요리사들이 등장하는 영국의 티브이(TV) 리얼리티 쇼를 보면 빠지지 않는 캐릭터가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 저래도 되나 할 정도로 말끝마다 비속어를 남발하고 성질나면 접시부터 공중에 날리고 본다. 바로 고함지르는 욕쟁이 셰프다. 폭군의 가련한 희생양은 지옥의 주방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