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과 냉면은 친구?

조회수 13860 추천수 0 2011.10.27 13:44:57

 17년전 주부 초년시절 ,

음식맛도 맛이지만 식재료에 대해 거의 '개념없는' 시절이었던 것 같다.

삼계탕에 통마늘대신 빻은 마늘을 넣고 끓인 일이나  쌀을 불리지 않고 씻자마자 밥을  짓거나 하는... 등등

지금 생각하면  '무개념'이었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땐 그러한 일상에

크게 불편함을 못 느꼈다. 그 중에 기억나는 것 한 가지,

첫아이 임신 초의 일이다. 

누구나 하는 입덧이지만 내게도 먹는 음식에 변화가 생겼다. 냉면이 선호도 1위,

주로 외식으로  그 울렁거리는 속을 다스렸는데 어느날   시골에 있는 시댁을 가게 되었다. 

역시나 ! 한 밤중에  참을 수 없이 냉면이 먹고 싶은 게 아닌가

거역할 수 없는 그 욕구!  

모두가 잠든 그 시각에 주방 찬장을 뒤졌다. 이도 안 좋으신 시어머니가 냉면을 드실리 없건만  1%의 기대를 가지고,,..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른 냉면이 검은 비닐봉지 속에 들어있지 않은가 (그때는 당면처럼 마른 냉면도 슈퍼에서 팔았다)

그 때의 그 뿌듯함이란! 물을 끓이는 사이에  새콤!달콤! 매콤! 양념고추장도 만들었다.

삶은 면에 양념고추장을 얹어 빨갛게 비벼 드디어 한입,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면이 굵은 것도 이상하고 맛도 이상하고.. 그러나 그런걸 깊이 생각할 틈이 없었다. 우선 울렁거리는 속을 채워야 했다.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나니 그 때야 머릿속에 든 생각, 당면이었구나!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참 어이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문제랴. 못 먹을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 한밤 중에  고 막무가내한 '입덧'을 가라않혔으니 그런 착각이 오히려 다행 아니었던가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공지 [이벤트] 사랑은 맛을 타고! imagefile 박미향 2011-11-18 81532
공지 [이벤트] 여러분의 밥 스토리를 기다립니다 - 밥알! 톡톡! - imagefile 박미향 2011-05-20 89336
40 요리, 아빠의 사랑 표현법 mch8234 2011-12-04 12837
39 알림 박미향 2011-11-30 12725
38 사랑은 맛을 타고-생각지 못했던 일 satm350 2011-11-30 12973
37 사랑은 맛을 타고 - 따스했던 그 겨울의 밥상 namuda68 2011-11-30 12766
36 엄마의 된장국 Story~ bongtae1025 2011-11-28 14594
35 할머니의 감자떡 jadore909 2011-11-26 12803
34 또또분식에서 위험한 상견례 avecchoi 2011-11-25 12762
33 <사랑은 맛을 타고> 가난했던 시절, 돼지갈비 한점 crom916 2011-11-24 12758
32 할아버지 레시피 jejubaram 2011-11-20 12770
31 할머님의 마지막 진지상. imagefile ksyo6465 2011-11-14 14268
30 <사랑은 맛을 타고> "아버지 고기" pedori 2011-11-13 13495
29 사랑은 맛을 타고<꽃게다리살 비빕밥> ykkchoi 2011-11-03 12663
28 < 사랑은 맛을 타고 > jihye9341 2011-11-02 12972
27 사랑은 맛을 타고 - <설탕가루 묻힌 달달한 도너츠> [1] bongtae1025 2011-11-01 14180
26 막내야 ! 입 맛 없지 어른 한 숱갈만 묵어 봐라 !!! hyoja414 2011-10-27 12769
» 당면과 냉면은 친구? sunkeung 2011-10-27 13860
24 토란탕? 토란국! kaolive 2011-10-19 12964
23 시골에 지천인 먹을거리들.. kok5050 2011-10-18 13152
22 <사랑은 맛을 타고 -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맛> file jinsj1005 2011-10-18 12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