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가루 묻힌 달달한 도너츠

 

며칠 전 아이 생일이었다. 다른것보다 작은선물과 케잌을 준비해 주고 싶어 베이커리를 들어갔다. 아이가 좋아하는 블루베리 초코케잌이 눈에 들어왔다. 그위에 빨간 체리가 올려져 있어 더 맛있어 보이고, 색감도 좋았다. 아이가 폴짝 뛰며 기뻐할 모습이 생각나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케잌을 포장하기 위해 돌아서는데, 가운데 진열대에 시골장터에서나 볼 수 있는 아무 데코레이션이 없는 가운데 구멍이 휑하니 뚫린 링모양의 도너츠가 있었다. 정말 요즘 보기 드문 도너츠인데.... 순간, 가슴속에서 무언가 뜨겁고 묵직한 것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금새 눈물보다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 시작되자 마자 얼마되지 않아 돌아가셨다.

그때는 정말 철이 없었던지, 아님 아버지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어쩌면 평소 아버지에 대한 살갑고, 애틋한 정을 못 느껴서 일지도 모르겠다. 유년시절의 기억은 많지 않았고, 짧은 아버지와의 시간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더더욱 없었으며, 특별히 좋은 추억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냥 늘 별 말씀이 없으셨고, 일이 바빠서인지 무뚝뚝하고 약간은 무심한 것 같은 흐릿한 기억이 있을 뿐 이었다. 그런데 그 도너츠를 보는 순간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어린시절 분명히 아버지는 나의 기억속에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절은 모두가 어려웠고,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1칸, 부엌1칸짜리 집에서 7식구가 살았었는데, 어느 겨울밤이었다. 공부는 잘 했지만, 형편이 안 되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대기업에 들어가서 근무하던 언니가 회사에서 선물로 나왔다며, 도너츠 가루를 받아왔었다. 그 시절엔 특별한 간식이었고 평소 맛보기도 힘든 도너츠여서 보자마자 너무 먹고 싶어 애가 타 도너츠가루 봉지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엄마가 일을 끝내고 오시려면 한참이었다. 그 시간은 우리가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길었다. 한시라도 빨리 그 따끈하고 폭신한 도너츠를 한 입 베어물고 싶었다. 계속 도너츠 가루 봉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자, 그 모습을 보고 계셨던 아버지는 천천히 일어서서 부엌으로 가시더니, 큰 종이와 석유곤로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오셔서 방 한가운데에 가져오신 종이를 깔고, 석유곤로를 놓고, 튀기고 반죽 할 양푼과, 밀대, 모양을 찍을 국 대접과 간장종지, 그리고 설탕을 가지고 들어오셨고, 식용유도 1병 가지고 오셨다. 우리는 어느새 그 주변에 둘러앉아 있었고 아버지는 한참동안 설명서를 읽으시더니 손수 반죽을 하시고, 밀대로 밀어 우리에게 국 대접과 간장종지를 이용해 링 모양을 만들게 하셨다. 그리고 드디어 링모양으로 만들어진 반죽들이 달구워진 기름속으로 들어가 부풀어 오르는 순간, 우리들의 마음도 기쁨과 행복감으로 부풀어 올라 저절로 와! 하고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후 적당히 부풀어 올라 갈색빛을 띤 도너츠를 꺼내 설탕을 솔솔 뿌려서 막내부터 차례차례로 손에 직접 쥐어주셨다.

 

그 날 밤의 내 마음은 도너츠를 먹는다는 기쁨에 너무 행복했지만, 지금 와서 한 발 멀리 떨어져 생각해보면 그 겨울밤의 우리집의 풍경자체가 너무 소박하니 아름다워 보여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한다. 가족의 따뜻함으로 내 유년시절의 몇 안되는 행복한 기억속에 아버지가 함께 하고 있음을 감사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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