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탕수육
내가 초등학교 때 우리 집은 항상 시끌벅적했다. 증조할머니, 할머니가 계시는데다 부모님과 우리 4남매, 8식구가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거기다가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살고 있는 작은집 식구들까지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놀고, 먹고 하였기 때문에 비좁은 집이 복작거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사촌들과도 터울이 다 고만고만하여 6명이 우루루 몰려다니며 놀았다. 그러다보니 모이기만 하면 엄마와 작은 엄마는 노상 부엌에서 우리가 먹을 무엇인가를 만들곤 하였다.
그 날도 우리들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들어와
“엄마 탕수육 시켜줘, 탕수육 시켜줘~”
하면서 떼를 썼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시절에 딸 둘 밑으로 아들 쌍둥이까지 낳아 기르는 엄마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 리가 없었다. 작은 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엄마와 작은 엄마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셨다. 한창 먹을 나이인 우리가 배불리 먹을 양이면 만만찮은 가격이었다. 우리가 계속 떼를 쓰자 엄마는 안 되겠다 싶었던지
“새댁 같이 시장 가자”
하면서 작은 엄마를 데리고 시장으로 가셨다.
조금 후 엄마 손에는 탕수육 대신 돼지고기 두 근이 들려있었다. 엄마와 작은 엄마는 돼지고기에 소금과 후추를 치더니 우리들을 다 불러모으셨다
“음... 너거 여기 앉아서 밀가루 좀 묻히래이~”...”
우리가 키득키득 웃으며 장난 반으로 밀가루를 묻혀주면 작은 엄마는 그것을 큰 튀김팬에서 튀겨내고 엄마는 소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인터넷만 뒤지면 레시피가 척척 나오는 시대가 아니었던 만큼 엄마의 소스는 시금털털하니 영 맛이 이상했다. 우리는
“으~소~스 맛이 뭐 이래”
하면서도 그 많은 양을 다 먹어치웠다.
그 후에도 우리가 탕수육을 시켜달라고 하면 엄마와 작은 엄마는 돼지고기를 사 와서 집에서 튀겨주었다. 어떤 때는
“야`이건 소스 없는 누드탕수육이야 ”
하면서 소스도 없이 튀긴 고기를 그냥 간장에 찍어먹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엄마보다 요리 솜씨가 좋은 작은 엄마가 소스를 만들어 얹어 먹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중국집에서 시킨 그 새큼하고 달달한 소스맛과 갈분 가루에 튀긴 바삭바삭한 고기 맛이 안났다 그래서 우리의 소원은 중국집에서 제대로 만든 탕수육을 시켜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소원은 생일이나 뭐 그런 특수한 날 외에는 좀체 이루어지지 않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엄마표 탕수육을 주~욱 먹으며 자라야만 했다.
이제는 우리도 다 자라 탕수육 정도는 마음껏 시켜먹을 수 있다. 그러나 가끔은 그때, 엄마와 작은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없는 탕수육이 생각난다. 그리고 명절에 작은 엄마가 오시면 아직도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웃는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고...
김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