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몸이 좋지 않더니 급기야 앓아누웠습니다.
몸은 덜덜떨리고 가슴은 두근거리고 머리는 깨질듯 아프고 속은 울렁거리고 누군가와 심한 몸싸움이라도 한듯 성한곳이 없는것같이 아팠습니다.
하룻밤 푹 쉬면 괜찮지 않을까싶어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방에 누웠습니다.
"당신 오랫만에 일찍 집에 왔으니까 우리 백숙한번 해 먹자. 그동안 먹는게 시원찮아서그런지 속이 허하거든. 퇴근하면 애들이랑 함께 먹게 맛있게 부탁해~"
아파서 일찍 퇴근했다는 제 말을 남편은 꿀꺽 삼켜버리고 뒤척이기도 힘든 제게 백숙을 해달라고 주문을 했습니다.
전화받을힘도 없는데 백숙해놓으라는 남편 전화에 어처구니도 없었지만 이런 남편하고 같이 사는 제가 불쌍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어디가 아프냐 약은 먹었냐라고는 못 물어볼망정 백숙을 해놓으라니요.
고등학생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제가 집에 있다는 것에 즐거워하는듯 하더니 누워있는 제게 "엄마 어디 아파요?"하고 먼저 묻더군요.
"엄마가 머리도 아프고 몸도 아프고 속도 울렁거린다."
힘없는 제 목소리가 듣기 싫었는지 아이도 제방으로 들어가 할 공부를 하더군요.
아프면 남편도 자식도 필요없다더니 그말이 맞네. 괜히 몸이 아프니까 가족들의 행동이 서운해지고 서글퍼졌습니다.
그러다 어느순간 잠이 들었나봅니다.
눈을 뜨니 코앞에 남편의 얼굴이 보이고 "많이 아파? 아프면 병원에 가지 이렇게 누워있어?" 하더군요.
머리는 욱신대는데 화까지 나서 눈을 감고 못들은척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잠이 들었었나봅니다.
부엌에서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들과 남편의 속삭임이 들리는듯하더니 남편이 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대요.
"일어나서 먹자. 계란죽이야."
하루종일 빈속이라 속이 쓰린듯해 일어나 앉으니 밥상 위에 제법 정성을 기울인 티가 났습니다.
노르스름한 계란죽과 신김치 볶은것, 알싸한 갓김치에 김국까지 있더군요.
달걀죽은 간을 안한건지 심심해 비릿하고 김국은 간이 너무 짰지만 남편이 먹고 있는 제 얼굴을 살피는 모습에 그냥 꿀꺽 목구멍안으로 삼켰습니다.
"내가 안해서 그렇지 음식도 하면 잘한다니까. 어때 먹을만하지? 냄비가득 많이 있으니까 많이 먹어"
"엄마 김은 제가 빠싹하게 구웠어요."
힘이 없어 주는대로 받아먹은것 뿐인데 음식이 맛있어서 먹는다고 생각했는지 남편과 아이는 생색을 부리더군요.
언제사왔는지 약까지 내미는 남편에게 언제 화가 났었냐싶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미안해 이렇게 아픈줄도 모르고 백숙먹자고 하고.. 얼른 나아. 당신이 아프니까 나까지 힘이 없잖아."
가족이란 이런건가봅니다.
금방 미웠다가 금방 좋아지고 나를 온전히 기댈수 있고 나를 온전히 드러내보일수는 존재..
비릿하고 간도 심심한 먹기 힘든 달걀죽이었지만 가족들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했던 음식이라서인지 절대 잊을수 없을것 같습니다.
울 가족 모두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