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색동메주
(*사진첨부)
문 밖을 나설 때, 매서운 칼바람이 몸을 감싼다고 하더라도 적응이 어느 정도 된, 지금은 1월이다. 그런데 추운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다가, 집에 도착하여 집안으로 쏘옥 들어오면 포근하고 아늑한 집안 공기가 나를 반기고 있어야 하는데, 시큼하고 진한 냄새만이 집 현관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다. 바로 메주 때문이다. 서울의 아파트에서 발효되고 있는 바로 이 메주 때문에 우리 집은 매일매일 시끄럽다. 20대 초중반의 여대생과 직장인인 우리 자매는 언제나 ‘옷에 냄새 스며들잖아!' 하며 불평이다.
우리 외할머니의 21세기 메주는 색색의 팬시 끈에 의해 마치 산타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아기자기하다. 그런데 냄새는 왜 이렇게 고약할까? 할머니한테 말했다. “할머니, 메주 때문에 집에 냄새가 한 가득이야.” 그러면 할머니는 ‘띄워야 돼’, ‘말라야 해’ 등 알 수 없는 말씀을 하신다. 2012년인 오늘날, 메주 만드는 법을 아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메주는 콩을 물에 불려 삶고, 빻아 뭉개진 것을 덩어리로 빚어서 이것을 몇 달 동안 여러 절차에 걸쳐 말리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 여러 날 동안 말리는 것을 띄운다고 말한다. 말리는 것도 그냥 방치하면 알아서 잘 마르는 것이 아니라서, 매일매일 상태를 체크하며 뒤집어 주며 골고루 마르도록 정성으로 띄워야 하는 것이다.
비록 메주가 되는 과정까지는 불만 가득한 볼멘소리를 냈지만, 메주가 장이 되고나면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맛볼 수 있다. 학교에서 수업 듣고, 과제하고, 수다 떨며 유난히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할머니가 만든 장으로 끓여진 된장찌개 위에 부추가 송송 썰어져 한 상 가득 차려져 나오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할머니의 메주 띄우는 법을 엄마가 배우고 그것을 다시 내가 배우는 세월동안 세상의 인스턴트와 반 조리 식품은 여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또 다시 미래의 내 딸에게 알려줄 수 있는 그 날까지 메주가 계속 만들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