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솔로생활 끝에 재작년에 드디어 남친이 생겼다. 회사 연수에 갔다가 첫눈에 반한 내가 집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 급격히 가까워지게 된 거다. (나는 능력자? 후후)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게다가 두 살 연하였지만 유머와 자상함, 멋진 미소까지 겸비한 이 남자에 난 푸욱 빠져 들었다. 나 자신도 놀랄만치 내 사람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그랬을까? 난 남친에게 잘 보여 점수를 따고 싶었다. 그러려면 여성스럽게 도시락으로 어필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검색을 했고 도시락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얼마 전에 한겨레 신문esc에도 소개된 '켄지의 도시락 속 풍경'). 거기 나온 대로 예쁜 도시락 용기와 런치픽, 주먹밥틀 등을 구입했다. 뭘 만들어줄까 하다가 마침 고급 백명란이 집에 있었기에 명란젓 주먹밥을 만들기로 했다.

 

하트 모양으로 된 주먹밥 틀에다가 밥을 넣어서 속에다 명란젓 왕창 넣고, 겉에는 명란젓을 으깨서 바르고 김 오려붙이고 깨뿌리고...온갖 정성을 가득 담아서 만들었다. 다 만든 다음에는 예쁜 용기에 상추를 깔고 과일로 장식하고 런치픽까지 꽂아서 정말 깜찍한 도시락이 완성되었다.

 

야근을 하는 남친을 불러내어 도시락을 전달했다. 환하게 웃으며 나온 그 남자,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도시락을 들고 들어갔다. 그 때의 기쁨이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고 한시간 후 문자가 왔다.

"자기야! 도시락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 자기의 사랑을 명란젓의 양으로 확인했어! ㅋ 내일 봐 사랑해~"

문자를 확인하고 조금 후에...난 아까 담아주고 남은 주먹밥을 무심코 먹어보았다. 그런데 아뿔싸! 주먹밥은 너무나도 짰다. 맛있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명란젓을 너무 많이 넣은 나머지 밥 반 명란젓 반이라 간이 맞지 않은 것이다. 난 정말 울고 싶었다.

그래도 짜다고 하지 않고 센스있게 문자로 표현해준 남친. 지금은 그 남친이 남편이 되어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이젠 같은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 가끔 명란젓 반찬이 올라올 때면 그때의 일이 생각나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웃곤 한다. 서로의 입가에 붙은 명란젓을 떼어주면서. 마트에서도 명란젓 반찬을 보면 연애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정말 나에게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반찬이 되었다.

 

 

남편 한겨레신문 아이디로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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