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밥상으로 거듭나기!!
밤 11시. 기름에 쪄든 부르스타와 노란 양은냄비를 몰래 가방에 넣어 계단을 황급히 뛰어 내려왔다. 아파트 1층 현관에는 남친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손에는 일요일에 강추한다는 짜파게*가 들려있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여름날, 갓 연애를 시작한 우리 커플은 춘천 콧구멍다리(세월교)로 달려가 맛있게 요리를 해먹었다. 적당히 신 열무김치를 핸드폰 불빛으로 비추어가며 아삭 베어 물었다. 남친은 덜덜거리는 트럭을 한 대 갖고 있었는데, 트럭 뒤편에 돗자리를 깔고 요리를 해먹고 난 후, 벌렁 드러누워 밤하늘 별빛을 바라보았다. 연애를 하면 보통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보통 5만원이 훌렁 날아간다. 가난한 커플이었던 우리는 저렴하고 낭만적으로 야식을 해먹고 밤하늘 별빛풍경을 극장티켓으로 삼았다.
그렇게 연애를 하고 몇 번의 싸움과 꾸준한 애정행각 끝에 작년 8월, 우리는 결혼을 했다. 유난히 먹을 것을 가리지 않았던 우리 부부는 밤에도 김밥을 말아 야식을 삼았고, 통닭에 맥주를 먹다가 서서히 동글동글해졌다. 그리고 먹이쟁탈전이 벌어졌다. 6개가 든 홍시를 아껴먹으려고 한 개만 먹었는데, 퇴근 후 집에 들어가 보니 홍시 4개가 홀랑 없어졌다. 아침 저녁 먹으려고 끓여놓은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한 끼 만에 남편의 입으로 흡입되었다. 잘 먹는 것도 좋지만, 일하며 아침저녁상을 차려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성평등한 부부생활을 하고자 요리당번을 정해봤지만, 그래도 대부분 음식은 내가 하게 되었다. 내가 더 맛있게 음식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굴소스에 살짝 볶아낸 청경채 볶음, 신김치에 설탕과 매실액을 넣어 달달볶은 김치볶음, 해물이 들어간 매콤한 볶음우동, 들기름이 살짝 뜬 고소하고 매콤한 두부찌개, 애기궁둥이처럼 포르르 익은 부드러운 계란찜, 황태와 감자를 넣고 우르르 끓여낸 황태감자국. 모두 내가 즐겨하는 밥상 메뉴다.
남편은 유난히 소세지를 좋아한다. 장을 볼 때면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간 불량 소세지를 한 손에 쥐고 어린아이처럼 흐뭇한 미소를 띄운다. 나는 왠지 엄마 같은 기분이 들어 단호해질까, 이번 한번은 봐줄까 고민을 하게 된다. 남편의 손에서 소세지를 멀리 만드는 것이 나의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매순간 대체식품에도 골몰하게 된다. 이온음료보다는 감식초 음료를, 라면보다는 잔치국수를, 프림커피보다는 원두커피를 늘 고민을 한다.
오늘로 임신 18주째에 접어든 나는 남편의 먹성을 목도하며 늘 고민 중이다. 과거 인스턴트 라면 하나를 나누어먹으면서도 꺄르르 좋아 어쩔 줄 몰라 했었는데, 이제는 체중조절해라, 불량식품 먹지 말라 훈계를 하게 된다. 내 잔소리가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우리 남편하고 우리 아이랑 오래오래 건강하게,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함께 누리며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남편아 사랑해, 중덕아(태명)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