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넘은 친정엄마를 모시고 월남쌈 샤브샤브 식당을 갔다. 오색야채와 육수에 데친 고기를 라이스 페이퍼에 싸서 소스에 찍어먹는데, “나 이것 처음 먹어본다.” 엄마의 이 한마디가 왜그렇게 나를 부끄럽게 했는지 모른다. 의족을 하셔서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음식솜씨 좋은 친정엄마는 식당밥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신다. 모처럼 맛난 음식을 사드려도 마지못해 겨우 드시기에 사실 함께 외식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러나 엄마도 많이 연로하시고 할머니들이 가장 하기 싫다는 밥하기에서 종종 해방시켜 드리고 싶다. 용돈 드리는 것도 좋지만 만나면 맛있는 음식을 자주 사드려고 싶다.
월남쌈 샤브샤브도 처음 먹어본다는 엄마, 과연 팔보채, 양장피, 깐풍기 등,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칼질하며 먹는 스테이크를 한번이라도 드셔 보셨을까? 내가 사드리지 않았다면 엄마는 어떻게 생긴 음식인지도 모르실텐데, 갑자기 엄마와 함께 해야 할 일들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은 엄마에게 새로운 음식을 하나씩 대접해 드리는 것이다. 그동안 직장 다니는 큰딸에게 모든 김치를 담가주셨는데, 이제 맛난 음식으로 엄마에게 보답해야겠다.
그러기 전에 주부경력 20년 동안 갈고닦은 음식을 엄마한테 대접해야겠다. 그 음식은 목살이 전복을 껴안고 삼계탕에 빠진 음식이다. 압력솥에 중닭, 목살, 전복을 넣고 마늘, 대추를 열 개 정도 넣은 후 커피가루, 소금, 참기름, 소주를 약간 넣고 푹 삶아서 겨자소스와 쌈장에 찍어서 상추에 싸먹으면 된다. 이 음식을 먹어 본 사람들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고 한다. 입맛 까다로운 엄마도 이 음식을 드신다면 “아따~ 참말로 맛있다.” 이렇게 얘기해주실 것 같다. 빨리 음식재료 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