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벌렁 벌렁 ..충격의 쓰나미였다
같은 직업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몇몇 지인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세상을 씹어보자 하여 만든 작은 모임이 있다. 성(性)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다 보니 가끔은 삐그덕 거리기도 무사히 모임을 이어온 지가 사 년이 넘었으니 어느 정도의 끈끈함도 형성되었으리라 생각되어 고민 끝에 꺼낸 이야기였다. 모일 때 마다 회비를 걷어 모임비용을 사용하였고, 늘 약간의 돈이 남아 모아두곤 하였다.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형편 때문에 등록을 못하고 있는 고등학생을 도와주자는 이야기를 꺼냈고, 다들 찬성의 한마디를 보태어 분위기는 부드럽게 무르익는 찰라...
‘싫어, 왜 귀한 내 돈을 그리 쓰는데 ’
앗!! 식탁 저쪽에서 날라든 삐리릭, 수류탄.. 펑하고 폭발
벤츠와 에머랄드 반지의 주인공인 막강 선배언니였다.
‘그런 거는 나라에서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그런 거 하라고 세금 많이 내고 있는데..’
애머랄드 언니의 요지는 분명하였고, 덧붙여 첨삭을 하는 일이 왠지 구질해보여 그만두었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언니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참 개떡 같은 세상을 내가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가뜩이나 무거운 내 머릿속을 완전 칠흑으로 만들어 버렸다.
한참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그 언니를 이해할 수는 없다.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 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눈물 나게 팍팍한 ‘삶’이라는 괴물이 우리 앞에 있기에,..
그 뒤로도 그 선배언니와는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야말로 더불어 즐거워야하는 자리가운데 부딪히고 있다. 며칠 전 일을 마치고 모임을 가기위해 버스타고 가는 중
‘괴테 선생께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는 인생을 논하지 마라 라고 이야기 했는데’ 라는 이야기를 하는 라디오 방송 디제이의 창창한 음성을 들었다.
그렇다면 언니에게 눈물 젖은 빵을 한 번 먹게 해 볼까? 눈물 젖은 빵은 어디서 구하지?
문제는 눈물과 빵 이었다.
아... 그렇지 김치밥.... 아버지의 김치밥
반찬이 귀했던 그 시절 , 겨울철이면 늘 한 솥 가득 해놓은 김치밥이 아버지의 주식 이었고
얼어붙은 김치밥을 숟가락으로 퍼 먹곤 하였다는 이야기는 아버지 음주 후 레파토리 일 번이었다. 얼어붙은 밥과 함께 손 등에 떨어지던 아버지의 눈물은 늘 나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김치밥은 김장김치 한 포기를 썩썩 썰고 쌀을 씻어서 만들면 되니 아주 간단하였다. 밥에 이미 간이 다 되어 있어서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었고 추운 겨울에 한 솥단지를 해놓아도 꽁꽁 얼어버린 김치밥은 상할 리가 없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겨울 음식이었다.
눈에 가시같은 전실 자식이었던 아버지는 김치밥으로 겨울을 시작하였고, 들판에 나물이 흐드러지기 시작할 때 나물밥으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겨울이 오면 맛깔스레 담은 김장김치로 김치밥을 만들어 선배언니의 밥상에 올려주고 싶다.
이런 밥도 있노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