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사랑은 맛을 타고
<떡케익이 가져다준 작은 행복>
며칠전 일요일이 나의 생일인데, 작은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다른 사람이 쉬는 날은 나에게는 더 바쁜 날이다. 주말에는 새벽에 일어나 출근을 서둘러야 하는 탓에 아침밥은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그러니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끓이는 일은 잠시 접어 두어야 한다.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친정엄마가 전화가 왔다.
‘오늘 니 생일이제, 고기사다 구워 먹으라. 내가 돈 주꾸마’ 하시며 유일하게 나의 가족중 내 생일을 챙기시는 엄마의 목소리다. 멀리 타지에 가서 공부하고 있는 딸도, 고등학생 아들도 아무 일도 없는 듯, 전화한통 없이 하루 종일 잠잠하기만 했다. 생일쯤이야 잊어버릴 수도 있다고 혼자서 서운함을 달랬다. 오후에 퇴근해서 집에 와 쌀을 불리고 저녁 준비 중인데 한달에 한번 만나 밥 먹고, 수다떠는 아줌마들의 5인방이 만나자고 문자가 왔다.
그래, 잘 됐다. 혼자서 궁상 떠느니 밥 한그릇 먹고, 바람 쐬고 오자고 약속을 정했다. 예전에 엄마가 자신의 손으로 무얼 흡족하게 해 드시고 ‘내손이 내 딸이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 내 생일을 위해 케익을 만들어 위로하고 싶었다. 저녁 지으려고 불려 놓았던 쌀을 방앗간에 가서 갈아왔다. 쌀가루를 체에다 치고, 건포도를 넣고, 대추를 곱게 채썰어 넣고, 호박씨와 설탕을 조금 넣어 섞었다. 떡을 찔 모양틀이 없어서, 마분지를 잘라 정육각형으로 만들어 김이 오른 찜통에 넣고 보슬보슬하게 쌀가루를 채웠다. 20분동안 하얀 김이 유리창을 덮었다. 뜸을 들이고, 하얀 떡 위에다 분홍으로 색을 낸 장미꽃 다섯 송이로 멋을 내고 녹차색을 물들여 잎을 만들고 줄기도 꼬아서 넝쿨을 장식했다. 먹음직스럽고 앙증맞은 떡케익이 완성되었다. 큰 접시에 담아 조심스럽게 모임장소에 들고 갔다. 식당에 앉아 떡케익을 놓고 아줌마들이 불러주는 축하송을 들으며 바쁘게 동동걸음치길 잘했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달콤한 떡이 부드러웠다. 제과점에서 파는 몇 만원짜리 케익이 부럽지 않았다. 주문한 밥이 오기전 떡케익으로 이미 배가 불렀다. 그냥 지나갈 뻔한 생일날, 내손이 내 딸이 되길 참 잘했구나 싶었다. 돌아오는 길, 차가운 밤공기에 시린 볼을 만지며 어둠속으로 54번째의 생일날의 작은 행복을 날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