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선물> 어머니표 사랑의 굴떡국

조회수 8616 추천수 0 2013.01.05 13:45:09

 작년 10월에 결혼하여 맞벌이 주부 3개월차에 접어드는 새댁입니다. 대학 1학년때부터 시작한 10년의 자취생활로 요리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누군가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요리를 한다는 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나 혼자 먹는 식사라면 계란 후라이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 간단하게 한끼 떼울 수 있겠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라면 매끼 따뜻한 요리 하나를 식탁 위에 올리고 싶은 욕심이 드는 건 주부의 자연스러운 마음인가 봅니다.

 2012년 연말과 2013년 신정은 친정에서 보냈습니다. 3일 밖에 안되는 설날연휴 때 친정을 못 갈 것 같아 시댁에는 미리 양해를 드리고 연말연시를 친정에서 편하게 보냈습니다. 평범한 가정주부셨던 어머니는 저를 대학 보내고 스포츠 댄스를 배우셨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성인들에게 스포츠 댄스를 가르치시는 선생님이 되셨습니다. 아침 10시 전에 출근하셔서 저녁 10시가 넘어 파김치가 되어 들어오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주말내내 친정에서 제비 새끼처럼 어머니가 해주시는 맛있는 음식들을 받아 먹기만 했습니다. 

 12월 31일 월요일, 제가 늦게 들어오시는 어머니를 대신해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3개월 차 주부인 제가 30년 차 주부인 어머니의 주방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주방을 바라보며 갑자기 멍해졌습니다. 싱크대 문은 삐그덕 대고 기름때가 끼어있는 낡고 낡은 어머니의 주방... 어머니가 아무리 깨끗하게 쓰신다고 해도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으셨나 봅니다. 제 나이와 비슷한 연식의 전자레인지, 구입한 첫 날 장갑을 태워가며 닭바베큐를 해먹었던 20년이 된 오븐, 제가 좋아했던 강아지가 그려져있는 컵, 구운 생선이 올려 나오던 접시... 모든 것이 새 것으로 채워져있는 반짝반짝한 저의 신혼집 주방에 비하면 닦아도 윤이 나지 않는 오래된 주방이었지만 30년이 된 저희 가족의 추억이 담겨 있는 소중한 주방이었습니다.

 2013년 1월 1일 아침에는 온 가족이 모여 어머니께서 끓여주신 굴떡국을 먹었습니다. 어머니가 굴떡국을 만드시는 동안 옆에서 어머니표 굴떡국 비법을 배웠습니다. 어렸을 때 생굴을 잘 먹지 않았던 저를 위해 굴떡국을 해주셨던 어머니... 이제는 제가 저의 새로운 가족을 위해 굴떡국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쇠고기를 넣고 끓인 것보다 시원하고 깔끔한 영양가득한 어머니표 굴떡국. 어머니가 끓여주신 떡국을 한해두해 먹으며 벌써 저도 30살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저도 어머니에게 제가 끓인 사랑의 굴떡국을 대접해드릴 수 있겠죠.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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