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힐링 영화 관객몰이 중
한식 대가 조희숙 영화 닮은 음식 내놔
채소쌈밥·토마토두부샐러드·치즈크림곶감말이
담백, 푸근, 슴슴한 제철식

영화 <리틀 포레스트> 주인공 혜원(태리)가 제철식을 먹고 있는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주인공 혜원(태리)가 제철식을 먹고 있는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은 이상한 책이다. 요리책인데 눈이 호강할 만한 화려한 음식사진은 없다. 더 이상한 건 레시피조차 그저 소설 같다는 것이다. 식탐을 자극할 시각적 요소를 배제하면 음식은 본능적 욕망을 채울 대상이 아니라 불안을 잠재울 휴식처가 된다. ‘힐링 푸드’에 관한 얘긴 책에만 있는 건 아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자연이 빚은 맛이 약이 돼 주인공의 허기진 마음을 치료하는 얘기다. 극적인 스토리도, 달짝지근한 연애도 없는 이 영화는 개봉 3일 만에 누적 관객 수 39만명(영화진흥위원회 자료)을 넘었다. 주인공 혜원(김태리)이 눈밭에서 찾아낸 배추로 만든 배추전, 힘들게 딴 밤송이를 조려 완성한 밤조림 등 소박한 삼시세끼가 흥행 요소로 작용했다. 먹스타그램엔 ‘#리틀포레스트_레시피’가 넘쳐난다.
한식 대가 조희숙씨. 박미향 기자
한식 대가 조희숙씨. 박미향 기자

지난 23일 영화를 본 35년 현장 경력의 한식 대가 조희숙(60)씨가 ‘신 리틀 포레스트’ 음식을 만들었다. 25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그의 쿠킹 스튜디오 ‘한식공방’에서 음식이 탄생했다. “엄마가 딸에게 음식을 만들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밥상 교육이 사라진 지 오래다. 혜원은 엄마가 해줬던 말을 떠올리며 요리를 한다. 음식만큼 마음을 이어주는 것이 없다.” ‘채식 푸드 포르노’라는 세간의 평도 있지만 조씨의 생각은 다르다.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맛엔 푸른 숲의 속삭임이 담겨 있다.

채소쌈밥. 박미향 기자
채소쌈밥. 박미향 기자

■ 쌈밥은 언제나 옳다, 채소쌈밥

혜원과 두 친구는 별이 빛나는 강가에서 쌈밥을 집어 먹는다. 빚은 술도 있다. 흐르는 강물 소리와 씹는 소리가 느린 템포의 바이올린 연주처럼 화면에 잔잔하게 퍼진다. 조씨는 “쌈밥은 한국이 자랑하는 음식이다. 다른 나라에선 보기 힘든 제철식”이라며 쌉싸름한 취나물과 케일, 양배추를 삶았다. 양배추는 혜원이 애용하는 재료. 샌드위치에도 오코노미야키에도 들어간다. “케일을 데칠 땐 아래가 잎보다 굵어 먼저 담가 익혀야 한다. 같은 취나물도 지역에 따라, 나오는 시기에 따라 맛이 다르다. 초봄 취나물이 쓴맛이 살짝 돌면서 입맛을 돋운다.” 초봄엔 경남 하동 지리산 일대에서 채취하는 취나물이, 4~5월엔 울릉도 취나물이 맛있다고 한다. 완성된 양배추쌈밥은 그것 자체로 담백해 매력이 넘치는데 된장 양념을 만나자 토속적인 맛이 혜원의 고향 하늘 별처럼 넘쳐났다.


양배추 채소 쌈밥

재료: 흰쌀 500g, 취나물 145g, 케일 113g(17장), 양배추 1/2통, 국물용 멸치 50g, 포도씨유 약간, 참기름 1/2작은술, 깨 1/2작은술, 간장 3작은술, 고추장 1작은술, 설탕이나 조청 1작은술, 마늘 1/2작은술, 썬 쪽파 조금, 잘게 썬 양파 조금, 들기름 1작은술, 된장 조금, 소금 조금

만들기: 1 양배추, 취나물, 케일을 데친다. 30여분 불린 쌀로 밥을 짓는다. 2 데친 채소를 짜 물기를 뺀다. 3 내장을 제거한 멸치를 다진다. 참기름, 깨, 고추장, 간장 2작은술, 설탕을 뿌려 볶는다. 4 양파, 된장, 조청, 마늘, 파 등을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5 취나물은 마늘, 들기름, 간장 1작은술과 섞고 2~3분 볶는다. 6 양배추를 펴서 밥(참기름, 소금 넣어 비빈)을 얹어 말고 그 위에 양념장을 올린다. 7 케일을 편 후 취나물을 깔고 그 위에 밥과 멸치볶음을 올려 만다.


■ 붉은 토마토즙의 마력

“모녀가 햇볕이 쏟아지는 마을에서 잘 익은 붉은 토마토를 먹는데 즙이 흘렀다. 계절 채소는 언제나 그것 자체로 최고의 음식이다.” 조씨는 혜원과 엄마(문소리)가 두런두런 가족 얘기를 나누며 먹은 토마토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영화에선 토마토가 자주 등장한다. 관람객은 주렁주렁 늘어진 토마토에서 인생의 과실에 대해 생각한다.


그는 신선한 토마토와 단백질 보충제로 두부를 선택해 조리한 ‘토마토두부샐러드’를 완성했다. 여기에 건강재료 한 가지가 더 들어간다. 검은 낫토. 비타민과 단백질이 어우러지니 최고의 건강식이다. 토마토의 우아한 단맛이 퍼지다가 묵직한 콩 맛이 이어져 미소가 절로 퍼진다.


토마토두부샐러드. 박미향 기자
토마토두부샐러드. 박미향 기자

토마토두부샐러드


재료: 붉은 토마토 4개(400g), 생식용 두부 1모, 검은콩 낫토 조금, 매실청 조금, 올리브유 2작은술, 간장 1/2작은술, 간장 1/2 작은술, 달래간장(간장에 생달래를 썰어 넣은 것) 조금

만들기: 1 토마토를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긴다. 손으로 으깨 그릇에 담는다. 2 으깬 두부와 낫토를 1에 얹는다. 3 토마토를 짠 즙에 양념들을 다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4 달래간장의 달래를 썰어 3에 섞는다. 2에 뿌린다. 


■ 말린 곶감 언제 먹나


혜원은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기 위해 서울로 향한다. 미닫이문을 닫고 개 오구를 친구들에게 부탁하는 편지를 남긴다. 처마엔 몇달 전 말려둔 곶감이 걸려 있다. 곧 닥칠 겨울에 간식으로 먹을 곶감이다. “오구보다 그 곶감이 걱정됐다. 곶감은 누가 먹나 하는 걱정에서 출발해 만든 음식이 ‘치즈크림곶감말이’다.” 곶감 안에 주로 호두가 들어간다. 젊은 혜원을 염두에 둔 조씨는 말랑한 치즈크림을 선택했다. 단맛과 치즈의 살짝 짠맛이 어우러져 색다른 세계를 자랑했다.

치즈크림곶감말이. 박미향 기자
치즈크림곶감말이. 박미향 기자
치즈크림곶감말이

재료: 곶감 8개, 큐브형 치즈크림 5개, 파스타치오 몇 알

만들기: 1 곶감 3개의 꼭지를 딴 후 길게 자른다. 작은 공간을 남긴 채 돌돌 만다. 2 1의 공간에 치즈크림을 넣는다. 3 남은 곶감 5개를 꼭지를 남겨둔 채 속을 파서 그 안에 파스타치오를 넣는다.

조씨는 영화를 보면서 몇가지 궁금증도 생겼다고 한다. “딱딱한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를 잘라내는 도구나 꽃파스타에 뿌린 파르미자노 치즈 같은 게 시골에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며 “혜원의 집의 안과 밖은 마치 다른 세상 같아 보였다. 안은 세련된 도시 주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원은 엄마가 남긴 ‘엄마표 감자빵’ 레시피를 떠나기 전 읽고 자신의 의견을 담은 편지도 남긴다. 감자빵은 이 집의 내림음식이자 모녀를 이어주는 힐링의 끈이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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