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이 접시 위에 오르다

박미향 201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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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셰프 비에른 프란첸이 말하는 북유럽 자연식 '노르딕 퀴진'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 제4교시 사회탐구영역(세계지리)
1. 다음 제시어들과 무관한 나라는 어디인가?
사보이 꽃병, 개미 의자, 후고 알바르 헨리크 알토, 뱅앤올룹슨, 이케아, 판톤 의자, 빙하, 전나무, 백야, 바이킹, 비틀스, 무라카미 하루키
① 덴마크 ② 스웨덴 ③ 노르웨이 ④ 크로아티아 ⑤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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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잇걸’(it girl·트렌드를 이끄는 매력적인 여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디자인을 아는 이라면 정답을 알아내기란 쉽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디자인 경향을 말한다. 물결이 춤추듯 휘어지는 사보이 꽃병, 조각 작품처럼 아름다운 뱅앤올룹슨의 이어폰, 개미 다리를 닮은 개미 의자 등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실용성과 단순미, 북유럽의 자연을 닮은 원색과 간결미가 특징이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은 디자인세계에서만 호평을 받고 있는 게 아니다.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른바 ‘노르딕 퀴진’(Nordic Cuisine)은 건강한 자연식을 추구하는 북유럽식 요리다. 영국 잡지 <레스토랑>이 뽑는 ‘산펠레그리노 세계 레스토랑 베스트 50’에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노마’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생소할수록, 경험하기 힘들수록 호기심은 당기는 법.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서울 고메 2011’ 행사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한 스웨덴 요리사 비에른 프란첸(34·사진)이 호기심을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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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맛 살리려면 먹기 직전 요리해야


지난 3일 오후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센터 강당에는 200여명이 모여 있다. 바비인형처럼 고슬고슬한 금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고기에 불을 붙이는 프란첸의 손놀림은 느리고 우아하다. 그는 토치(요리용 불꽃 버너)에 불을 붙여 숯을 달궜다. 벌겋게 달아오른 숯은 붉은 쇠고기 등심에 서둘러 닿는다. “숯의 맛과 향, 자연의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소금을 살짝 친 잉어알은 완성된 ‘쇠고기 타르타르’의 화룡점정이다. “캐비아나 다른 생선의 알을 사용해도 좋아요.” 쇠고기 등에 엷게 박힌 지방을 뜯어내 녹여 뿌린다. “질긴 쇠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방법입니다.” 손가락 네마디를 겹쳐 놓은 크기의 작은 쇠고기 타르타르가 40여분 만에 완성됐다. “주방은 2가지입니다. 요리를 준비해 두는 곳이거나 즉석에서 준비하는 곳이죠. 저는 먹기 직전에 바로 요리합니다.” 프란첸의 요리철학이다. 파는 자르자마자 세포가 죽기 시작하고 해산물은 맛을 내는 에너지 저장물질이 잡은 뒤 2~4시간이면 죽는다고 말했다.
스칸디나비아 요리사들이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요리와 다른, 자신들만의 독특한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 때는 약 10년쯤 전이라고 한다. 유럽의 명문 요리학교나 미슐랭급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닦은 요리사들이 속속 고향으로 돌아와 북유럽의 땅과 숲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다”고 평하기 시작했다. “‘뉴 노르딕’ 스타일의 요리 트렌드는 북유럽 식재료의 특수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발효하고 저장하는 기술보다는 식재료 자체의 고유한 향과 맛을 최대한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 “어떻게 요리하느냐보다는 어떤 재료를 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숲은 노르딕 퀴진의 뿌리다. 소나무 진액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살구맛 나는 샨터렐(chanterelle·살구맛 나는 식용버섯)은 디저트의 재료가 된다. 우엉이나 감초는 단골 식재료다. 바다가 가까운 지리적 특징 때문에 청어나 연어, 새우, 생선알은 단골 식재료다. 갖은 채소와 함께 식초에 절인 청어절임과 감초사탕은 우리 김치만큼이나 자주 먹는다.
빵은 어떨까? 덴마크의 스뫼레브뢰드(smØrrebrØd)는 ‘버터 바른 빵’이라는 뜻인데 샌드위치와 비슷하다. 얇게 자른 호밀 빵에 버터를 바르고 식초에 절인 청어, 훈제 연어, 작은 새우 등을 넣어 만든다. 호밀 빵은 북유럽의 주식이다. 통호밀을 뜨거운 물에 불리고 쪼갠 뒤 호밀가루와 섞어 술에 발효시켜 구운 빵이다. 딱딱하고 거칠어서 씹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강식이다.
 
모든 식재료는 흙에서 시작…셰프가 텃밭 가꾸고 소 키워

비에른 프란첸은 텃밭을 두개 꾸려 건강식을 구현한다. 한곳에선 땅 위에서 자라는 식물을 길러 봄과 여름 재료로 쓰고 다른 텃밭에는 뿌리채소를 기른다. 소도 ‘카우텔’(cowtel)에 맡겨 기른다. 카우텔은 일종의 ‘소 호텔’인데 사료와 기르는 방식을 요리사가 관리한다. 프란첸은 자신의 소 5마리에게 숲의 나무껍질과 식물을 먹인다.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잡고 운반하는지 등 식재료를 확보하는 방법에 더 많은 노력을 들이지요.” 그는 요리의 영감도 재료들에서 얻는다. “좋은 재료를 만날수록 생각을 덜하죠. 날것으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그의 레스토랑 ‘프란첸/린데베리’(Frantzen/Lindeberg)에는 ‘사투 템페스토스’(Satu Tempestos)라는 요리가 있다. 해석을 하자면 ‘만족감을 주는 제철요리’ 정도가 된다. 재료는 매일 달라지지만 구성은 같다. 큰 돌접시를 깔고 정원에서 딴 채소 35~55종류를 수북하게 쌓는다. 접시 위에 채소가 아닌 것은 생선의 비늘을 튀긴 것 정도다.
프란첸은 프로축구선수를 꿈꾸다 22살에 심장병이 생겨 요리사의 길에 들어섰지만 지금 자신의 일에 매우 만족한다. 그가 반한 한국의 식재료는 미나리다. “당근 맛이 나는 잎”에 큰 감동을 받았다. 한우도 그가 반한 식재료다. 비빔밥을 가장 많이 먹은 그는 “나물들은 좋았지만 한 그릇에 너무 많은 양이 담기는 점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적은 양을 접시에 담는 노르딕 퀴진과 다른 점이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요리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재입니다.”
정답. 꼭 알려드려야 하나요? > ④ 크로아티아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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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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