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몰트 센 맛에 빠진 여성 는다

박미향 2011.03.10
조회수 21542 추천수 0

'위스키 라이브 서울 2011'

만취 대신 독한 향·맛 자체 즐기는 새 음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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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었을 때 흐르는 정도는 알코올 도수와 숙성연도를 알려준다. 천천히 흐를수록 도수가

 높고 숙성연도가 오래된 것. 싱글몰트 위스키는 튤립 모양 잔에 마시는 게 좋다.

 

 

“최근 위스키에 관심이 커졌어요. 동호회도 가입했고 싱글몰트 위스키에 대해서 공부도 시작했어요.” 지난달 2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위스키 라이브 서울 2011’을 찾은 김가은(32)씨의 눈빛이 반짝였다. 와인 마니아였던 김씨는 “와인처럼 싱글몰트도 종류가 많고 맛도 향도 제각각 다른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단 하루 열린 ‘위스키 라이브 서울 2011’ 행사장에는 주최 쪽 추산 1600여명이 몰렸다. ‘위스키 라이브’는 영국 위스키 전문지 <위스키 매거진>에서 주관하고 16개국, 21개 도시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위스키 시음행사다. 아시아에서는 2001년 일본에서 처음 열렸다.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번 행사에는 스카치위스키, 블렌디드 위스키, 싱글몰트 위스키 등 총 140여종의 다양한 위스키가 선보였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김씨 같은 20~30대 위스키 마니아들이 많았다. 마니아들의 관심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였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한 증류소에서 보리를 발아시킨 맥아(몰트)의 발효액으로 만든 위스키를 말한다. 맥켈란과 라프로익, 하이랜드 파크, 글렌피딕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한국에서 그동안 많이 팔려온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20~40종류의 몰트위스키와 3~4종류의 그레인위스키(옥수수 등이 주원료)를 섞은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조니워커나 발렌타인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주류산업협회의 자료를 보면 2010년 위스키 총 판매량은 1.3% 줄어든 반면 싱글몰트는 무려 1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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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라이브 서울 2011'을 찾은 이들은 20~30대 위스키 마니아들이 많다.

 

 

‘섞은 위스키’ 대신 싱글몰트가 대세

 

이날 싱글몰트 위스키 부스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뺨이 선홍색으로 물든 참가자들은 무려 1300만원 가격표가 붙은 맥켈란의 싱글몰트 위스키인 ‘맥켈란 라리끄 2’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맥켈란 아로마 테이스팅 클래스’에는 100여명이 참가했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향은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위스키의 개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특징이다. 맥켈란은 스페인 셰리통을 이용해서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리는 위스키로 유명하다. 이날 클래스에는 유럽의 향수전문가 로자 도브가 개발한 특별한 아로마 키트를 활용한 향 시음회가 열렸다. 테이블에는 원액을 포함한 5가지 싱글몰트 위스키가 놓였고, 맥켈란의 교육 디렉터인 데이비드 콕스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맥켈란의 향을 재현한 12가지 아로마 키트가 미묘한 향의 세계를 펼쳤다.

 

첫번째는 72도짜리 투명한 원액의 향이었다. 향은 진하고 느끼하며 약한 사과향을 풍겼다. 느끼하고 진하지 않으면 셰리통의 오랜 숙성시간을 버텨낼 수가 없다고 한다. 데이비드 콕스는 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역시 숙성통이라고 말한다. 맥켈란의 향은 60%가 오크통, 30%가 원액, 10%가 오크통에 넣기 전 살짝 입힌 향들로 결정된다고 한다. 스페인에서 수입하는 셰리 오크통, 미국산 오크에 셰리 향을 입힌 통, 미국산 버번 오크통을 사용한다. 스페인산 셰리 오크통을 사용한 43도 위스키는 느끼함은 줄고 스파이시한 향, 말린 자두와 건포도에서 맡을 수 있는 달짝지근한 향, 오렌지 향이 코끝을 감쌌다. 미국산 오크통에 셰리 향을 입힌 위스키는 스파이시한 향과 오렌지, 어둡고 진한 마호가니 향을 풍겼다. 마지막으로 미국산 버번 오크통을 사용한 위스키는 바닐라 향과 열대과일, 장미 향을 뿜었다. 흔히 ‘술맛이 좋네’ 하는 소리에는 맛도 맛이지만 기억과 감정을 되살리는 엄청난 힘을 가진 향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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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켈린의 향을 재현한 로자 도브(유럽의 향수전문가)의 향수통(위사진)과 시음 키트.

 

 

 

요리와 함께 싱글몰트 즐기는 식당도 늘어

 

네이버 ‘위스키&코냑 카페’(cafe.naver.com/whiskycognac)의 운영자 유성운씨는 최근 부는 싱글몰트 위스키의 인기는 만취하고 접대하는 음주문화 대신 맛 자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젊은 여성도 꾸준히 가세하고 있다. 동호회 시음회에 30명이 모인다면 예전과는 달리 최소 5명은 여성들이라고 한다. 강남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최경부씨는 최근 싱글몰트 위스키 바와 와인 다이닝 대신 몰트 다이닝을 도입하는 레스토랑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홍익대 거리 같은 젊은층이 모이는 곳에서도 하나둘 생기고 있다고 한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인기는 한때 유행했던 와인의 영향도 있다. 와인만큼 증류소마다 긴 역사와 이야기가 많다. 예를 들어 18세기 영국의 위스키 제조업자들은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영국 정부를 피해 몰래 산에서 위스키를 제조하다가 맛을 배가시키는 숙성통을 발견했다고 한다. 술마다 강한 개성과 다른 맛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제조과정에서 피트(이탄·반탄화된 퇴적물)를 사용했는지 안 했는지, 와인의 테루아르처럼 어떤 증류소에서 만들었는지 등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맥켈란 12년과 ‘구강 소독액’이라는 별명이 달린 라프로익의 맛은 초보자라도 혓바늘을 세워 0.0001초만 맛봐도 쉽게 구별이 된다. 라프로익은 미국의 금주령 시절 아예 ‘소독약’이라고 속여 팔았다고 한다.

 

고대 아라비아 연금술사는 알코올을 불로장생의 비약이라고 했다. 아무리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명약이라도 과하면 독이 된다. 주로 잔술로 맛과 향을 즐기는 싱글몰트 위스키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싱글몰트 한잔에 분위기도 업!

 

 홍대 팩토리(Factory)
젊은층에게 인기 있는 바. 미러볼 조명, 흥겨운 라운지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쪽에 구성된 좌식 테이블 인테리어가 독특함을 더한다. 세계적인 위스키 평론가 데이비드 브룸이 이곳을 찾아 더 유명해짐. 호텔의 바나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바가 부담스러운 이에게 적당.(서울 마포구 서교동 402-13/ 02-337-3133/ 잔술 1만2000원부터, 세트 4만5000원부터.)

 

 커피 바 케이(Coffee Bar K)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2007년 문을 연 커피 바 케이는 싱가포르·도쿄에서 운영되고 있는 커피 바 케이의 체인점. 각종 희귀 싱글몰트 위스키를 맛볼 수 있다. 고가의 시음용 잔으로 마실 수 있다. 송곳과 칼로 깎아 테니스공 모양으로 만든 얼음을 넣은 온더록스(on the rocks)를 마실 수 있는 아이스 카빙 서비스도 제공.(강남구 청담동 89-20번지/ 02-516-1970/ 잔술 1만6000원부터.)

 

 미스터 사이몬바
싱글몰트 위스키 마니아들에게는 일종의 성지. 초보자를 위한 시음코스 메뉴 운영.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 5대 위스키 생산지의 대표 위스키와 ‘스카치 싱글몰트 위스키’ 5가지를 시음할 수 있다. 위스키 아로마 키트가 구비돼 있다.(서울 송파구 잠실동 190-6/ 02-415-6108/ 잔술 8000원부터, 세트메뉴 6만~10만원.)

 

 리츠칼튼호텔의 더 리츠 바
2010년 월드 클래스대회에서 준우승한 엄도환씨가 수석 바텐더로 근무. 엄씨는 고객의 취향에 맞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권해주는 것으로 유명. 싱글몰트 위스키를 베이스로 한 창작 칵테일도 즐길 수 있다.(서울 강남구 역삼동 602 리츠칼튼호텔 2층/ 02-3451-8277/ 잔술 1만5000원부터. 부가세 별도)

 

 신라호텔의 더 라이브러리
국내 수입 몰트 대부분과 유럽 귀족들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싱글몰트 위스키까지 다양한 몰트 보유. 싱글몰트 업계의 로버트 파커라고 불리는 영국의 싱글몰트 위스키 전문가 마이클 잭슨(가수 마이클 잭슨과 동명이인)이 선정한 베스트 싱글몰트 위스키 13종도 보유. 3가지의 싱글몰트를 비교 테이스팅할 수 있는 ‘몰트 플라이트’(Malt flight·싱글몰트를 테이스팅할 수 있도록 여러 개를 조합한 것) 구비.(서울 중구 장충동2가 202 신라호텔 1층/ 02-2230-3388~9)

 

 몰트바 오프(Off)
조용히 혼자 한잔 즐기기에 좋은 곳. 실력파 바텐더 ‘미스터 프리’(김재형)가 안내한다. 희귀 싱글몰트 위스키를 갖추고 수제 초콜릿 안주로 제공.(서울 강남구 삼성동 9-7/ 02-516-6201/ 잔술 1만4000원부터. 부가세 별도)

이밖에도 서울 양재천변에 위치한 ‘크로스비’(02-576-7754), 강남역에 위치한 ‘파복스’(02-3452-3489), 서래마을에 위치한 ‘리퀴드 서울’(02-533-9215) 등이 있다.

 

정리 박미향 기자, 도움말 유성운(네이버 ‘위스키&코냑 카페’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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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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