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잔치음식…꼬막·두투·몸국 등 지방색 가득
잔치에서 음식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기쁜 일이 있을 때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행사에서 음식이야말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잔치음식 중 대표는 역시 이름에서도 그 상징성이 느껴지는 잔치국수다. 예로부터 혼례나 생일 등 잔치가 있을 때면 국숫발처럼 길게 잘 살라는 의미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하던 음식이다. <고려도경>에 “고려에는 밀이 적어 화북에서 들여와 밀가루 값이 매우 비싸서 성례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고 했을 정도로 귀한 양식이었다.
잡채 또한 우리 잔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선이다. 잡채는 광해군 때 간신 이충이 만들어 바친 것이 효시라고 한다. 그는 진기한 음식을 만들어 사사로이 궁중에다 바치곤 했는데 왕은 식사 때마다 반드시 이충의 집에서 만들어 오는 음식을 기다렸다가 수저를 들 정도였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그가 길에 오가면 비록 삼척동자라도 반드시 잡채판서라 지목하면서 너나없이 침 뱉고 비루하게 여기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출세의 방편으로 만들어진 음식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전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다. 옛날의 잡채는 채소로만 무쳤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당면이 들어가게 된 것은 20세기 초로 추정된다. 각종 해산물과 고기를 얇게 썰어 밀가루와 달걀을 묻혀 기름에 지져내는 저냐도 잔치에는 빠질 수 없는 찬선이다. 가리찜이라 부르던 갈비찜도 서울에서는 잔칫상에 흔히 오르는 요리이다.
지방에는 유별난 잔치음식도 많다. 음식의 고장 전라도의 잔치에는 홍어가 빠지지 않는다. 홍어는 회로도 먹지만 가마니에 싸서, 뜨뜻한 두엄장 속에 묻어 삭혀서도 먹는다. 막힌 코가 팍 뚫릴 정도로 톡 하고 쏘는 맛이 일품인 홍어가 안 나오면 그곳 사람들은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다고 할 정도이다. 고소하기가 이를 데 없는 홍어애(홍어내장)는 손님 중에서도 귀한 손님에게만 내놓는 별미이다. 홍어와 제육을 곰삭은 김치에 싸서 먹는 삼합은 이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을 정도이다. 꼬막 또한 전라도 잔칫상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동국여지승람>에 전라도의 특산품으로 올라 있는 꼬막은 소설가 조정래의 표현처럼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맛이 일품이다.
전라도에 홍어와 꼬막이 있다면 경상도에는 문어와 두투가 있다. 문어숙회는 경상도 잔칫상의 단골손님이다. 문어는 타우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도 좋고 살이 쫄깃해서 씹는 맛 또한 뛰어나다. 두투는 상어의 내장과 껍질을 삶아 놓은 것을 말하는데 부산과 경주 일원의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비리쩍한 것이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맛이지만 현지 사람들은 진미로 꼽는다. 경상도 바닷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고래고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은 포획을 규제하고 있어 귀해졌지만 12가지 맛이 난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맛을 자랑하는 음식이다.
제주도에서는 혼례가 있으면 돼지를 잡는다. 결혼 전날은 가문 잔칫날이라 하여 풍성하게 마련한 음식을 하객들에게 대접하는데 그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돼지고기와 모자반을 넣고 끓인 몸국이다. 모자반은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아미노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건강식품이다. 갈치국이나 성게국 또한 손님들을 대접하는 귀한 음식이다. 제주도의 별미에는 메밀가루를 반죽하여 지진 전에 무채를 넣고 말아서 먹는 빙떡도 있다. 그 외에 충청도의 특색 있는 잔치음식으로는 올갱이전을 꼽을 수 있다. 강원도는 산간지방답게 메밀과 도토리로 만든 전병을 흔히 쓰고 바다에 근접한 지역에서는 오징어순대도 잔치음식으로 많이 해먹는다.
글 예종석 한양대 교수, 사진 윤운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