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파티엔 생기발랄한 요리가 최고

박미향 201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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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권 셰프, 아스파라거스에 딸기·바닷가재 곁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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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 딸기 샐러드

 

4년이 흘렀다. 그날도 따스한 봄날이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41) 셰프를 <esc>가 만난 날이. <esc>가 200호까지 달리는 동안 그 남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레스토랑의 번지수가 바뀌었고 99.17㎡(30평)였던 공간은 373.55㎡(113평)가 되었다. 마당도 생겼다. 재즈 선율이 울리는 마당은 이탈리아 시골마을의 레스토랑처럼 빛이 춤추는 공간이 되었다. 어씨는 2010년 ‘삐꼴로 에오’도 열었다. ‘리스토란테 에오’보다 젊은 “미래지향적인 식당”이다. “미래의 식당은 이랬으면 하는 것들, 이래야 하는 것들을 담았지요. 식생활을 문화로 즐기는 공간입니다.”
 음식문화의 한쪽을 차지하는 파인다이닝(fine dining·풀코스 요리와 와인 등을 즐기는 고급 정찬) 업계는 4년 전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시아이에이(CIA·미국), 아이시아이에프(ICIF·이탈리아), 르 코르동 블뢰(프랑스) 등 유명 요리학교를 졸업한 이들과 ‘더 프렌치 론드리’ 같은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일한 이들이 속속 레스토랑을 열었다. 제이미 올리버처럼 미디어가 사랑하는 요리사들도 생겨났다. 이런 현실에서도 그의 맛은 여전히 미식가들 사이에서 손에 꼽힌다. ‘리스토란테 에오’는 2010년, 2011년 ‘자갓 서울 레스토랑’(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북인 자갓서베이 한국판) 맛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요즘은 음식을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투자를 기꺼이 하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세상이 바쁘다 보니 비즈니스 속도도 빨라졌죠. 취미를 따로 두지 않고 식당에서 행복과 여유를 즐기려는 이들도 생기고 있고요.” 그는 문화코드로 자신의 레스토랑을 디자인한다. 아름다운 그릇을 고르고 그 그릇 위에 올라가는 음식들을 물감 칠하듯 그려낸다.
 평온한 양지에서만 4년을 보낸 듯한 어윤권 셰프에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레스토랑이 작아서 의기소침했죠. 기술적 가치(요리)가 폄하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은 커져서 자부심도 있지만 작았을 때가 그립습니다. 혼이 담긴 음식, 마음까지 담은 음식은 크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오너셰프의 선두주자로서 경험한 음지를 속으로 삼킨다.
 어씨가 <esc> 200호를 기념해 ‘아스파라거스 딸기 샐러드’와 ‘아스파라거스 바닷가재 샐러드’를 빚어냈다. 문지르기만 해도 부러질 것 같은 셀러리, 온화한 색감의 아스파라거스, 붉고 탱탱한 딸기, 그 사이를 톡톡 튀어 다니는 소금. 샐러드 조각을 입에 넣고 눈을 감자, 바람 부는 언덕이 떠오른다. 그곳에선 딸깃빛 치맛자락이 펄럭이는 듯하다. 꿈꾸는 생기발랄한 소녀다. “맑고 기쁜 음식, 보면 쾌활해지는 음식,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준비했어요.” 그는 30대 중반에 이탈리아 밀라노 포시즌스호텔에서 일할 때도 이런 잔치음식을 준비한 적이 있다. 그때 주제는 ‘어머니의 필살기.’ 호텔의 모든 요리사들이 어머니의 요리를 선보이는 잔치였다. 그는 오이선과 생선전을 만들었다. 오이선은 한국의 미를 보여주려고, 생선전은 명절날 먹었던 추억 때문이었다. 동태전 맛을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 광어를 얼려 포를 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여전히 ‘훌륭한 요리사’를 꿈꾼다. “유럽에서는 남들 요리 잘 따라 하면 좋은 요리사, 남들이 하지 못하는 독창적인 요리를 하면 훌륭한 요리사란 말이 있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축하의 말을 남겼다. “강한 생명력으로 <esc>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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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 바닷가재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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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아스파라거스 딸기 샐러드(4인분)

재료: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굵은 것 500g(그린 아스파라거스로 대체 가능), 딸기 500g, 셀러리 100g,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3큰술, 발사미코 식초 1작은술(5년산), 천일염, 화이트후추 적당량

만들기
1. 아스파라거스는 껍질, 밑동 손질하여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두꺼운 팬에 약·중불로 올리브유를 아주 조금 두르고 굽는다. 상온에서 식힌 뒤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만들어둔다.
2. 셀러리는 감자칼로 기본 껍질을 제거한 뒤 계속 벗기는 형식으로 밀어 물에 담근다. 속대는 껍질째 사용. 속잎도 곁들여서 쓴다. 20~30분 물에 담근 뒤 채에 밭쳐둔다. 딸기는 다듬어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뺀다.
3. 접시에 올리브유, 소금, 후추, 발사미코 식초를 골고루 뿌린 뒤 아스파라거스, 딸기, 셀러리를 예쁘게 담고 다시 올리브유, 소금, 후추, 발사미코 식초로 양념한다.

 

* 아스파라거스 바닷가재 샐러드(4인분)

재료: 바닷가재 1㎏, 당근 80g, 셀러리 140g, 양파 120g, 통후추(화이트) 10알, 굵은 천일염 24g, 물 3리터(이상 바닷가재 조리용),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와 딸기, 셀러리는 ‘아스파라거스 딸기 샐러드’ 양의 반. 나머지는 같다.

만들기
1. 물 3리터, 굵은 천일염, 당근, 셀러리, 양파 손가락 한마디 크기로 자른 것, 화이트 통후추를 넣고 센 불에 끓인다.
2. 물이 끓기 시작하면 가재를 넣어 6분간 삶는다. 얼음물에 굵은소금을 약간 넣고 6분 지난 뒤 바로 식힌다. 손질해 물기를 뺀다.
3. 나머지 과정은 ‘아스파라거스 딸기 샐러드’ 만드는 방식과 같다.

 

요리 어윤권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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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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